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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 후기 (정의실현, 액션연출, 속편평가)

by lottohouse2026 2026. 3. 5.

솔직히 저는 베테랑 2를 보기 전까지 속편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습니다. 1편이 워낙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던 터라 "괜히 속편 만들어서 망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극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적당히 재밌으면 됐다"는 마음으로 기대치를 낮췄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작품이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시리즈의 진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베테랑2 관련 포스터
베테랑2

사법 시스템의 한계와 정의 실현 방식

베테랑 2가 1편과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은 바로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1편이 재벌 갑질을 응징하는 권선징악(善을 권하고 惡을 징계함) 구조였다면, 2편은 사적 응징이라는 더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던집니다. 여기서 사적 응징이란 국가 사법 체계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이 직접 가해자를 처벌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연쇄 살인범 '해치' 캐릭터의 설정이었습니다. 피해자가 당한 방식 그대로 가해자를 살해하는 이 인물은 일부 시민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죠. 요즘 뉴스를 보면 음주운전, 심신 미약 주장 등으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범죄자들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형사사건 중 집행유예 비율은 약 28%에 달한다고 합니다(출처: 대법원 사법연감). 영화는 이런 현실을 배경으로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대신 나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서도철이 해치를 쫓으면서도 자신의 후배 선우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영화가 단순히 범죄자를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형사로서의 직업윤리와 개인적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고등학생 아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되는 에피소드는 "맞고만 다니지 말라"라고 습관처럼 말하던 도철이 정작 자기 아들 앞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류승완 감독의 액션 연출과 촬영 기법

액션 장면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칸 영화제에서 "존 윅 4를 뛰어넘었다"는 호평이 나왔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그 평가가 과장이 아니더군요. 특히 남산 계단 추격 장면과 비 오는 옥상 격투 신은 액션 시퀀스(연속된 액션 장면들의 구성)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영화에서 특히 눈에 띈 건 딥 포커스(Deep Focus) 기법이었습니다. 이는 프레임 내 전경과 후경의 인물을 모두 선명하게 담아내는 촬영 방식으로, 보통은 앞쪽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 뒤쪽이 흐려지는데 이 영화에서는 모두 또렷하게 보입니다. 서도철과 선우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이 기법이 자주 사용되었는데, 두 인물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밀수'의 유상석 무술 감독이 참여한 액션 디자인도 훌륭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베테랑 2의 액션은 단순히 화려한 동작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선과 서사를 액션으로 풀어냅니다. 오프닝의 난장판 액션은 성룡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 요소가 있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격렬하고 진지한 톤으로 변화합니다.

또한 해치의 범죄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결과만 보여주는 연출 방식도 현명했습니다. 자극적인 폭력 묘사로 눈길을 끌기보다 처참한 결과물을 통해 해치의 위험성을 표현한 거죠. 이런 절제된 연출이 오히려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속편으로서의 성장과 캐릭터 변화

베테랑 시리즈를 단순히 "사이다 형사물"로만 보면 2편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생각보다 무겁네?"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속편이 전편의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주제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황정민의 서도철 연기는 여전히 안정적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정해인이었습니다. 평소 정해인 하면 '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한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 이미지가 오히려 캐릭터의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맑게 웃는 그의 표정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건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역이용한 캐스팅의 승리라고 봅니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제작 당시 인터뷰에서 '다이하드', '리썰 웨폰' 같은 시리즈물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출처: 씨네 21). 실제로 엔딩 크레디트 후 쿠키 영상에서 3편을 예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서도철이라는 캐릭터가 앞으로 어떤 여정을 겪을지 기대가 됩니다. 2편의 터널을 지나 한 단계 성장한 도철의 모습은 단순히 "악당 때려잡는 형사"에서 "내면의 갈등과 싸우는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이 작품이 앞으로 우리나라 추석 시즌 액션 영화의 새로운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편만큼의 통쾌함은 아니지만, 속편으로서 시리즈를 한 단계 발전시킨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완전히 머리 비우고 보는 영화는 아니지만, 액션의 쾌감과 함께 생각할 거리도 주는 균형 잡힌 작품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YDhJJHxc3E&t=4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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