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팝콘 쥐고 있던 손을 멈추고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빼서 들이밀다가, 빵 터지는 순간에 의자에서 펄쩍 뛰다시피 하면서 깔깔거렸다. 조카아이를 데리고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눈앞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아이가 평소에 그렇게 리액션이 크거나 유난스러운 편이 아닌데도, 미니언즈와 몬스터들이 화면에 나오자마자 거의 정신을 못 차리고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나도 옆에서 그 모습을 보는데 너무 웃겨서 영화 절반은 조카 재롱 보는 맛으로, 절반은 화면 속 미니언들 사고 치는 맛으로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봤다.

미니언즈 & 몬스터즈 웃음 횟수, 최소 7~8번
영화 상영 시간 내내 소리 내서 빵 터진 게 최소 7~8번은 족히 넘었고,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피식거린 것까지 합치면 사실상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내내 웃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조카 녀석은 팝콘 쥐고 있던 손을 멈추고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빼서 들이밀다가, 빵 터지는 순간에 의자에서 펄쩍 뛰다시피 하면서 깔깔거렸다. 내가 옆에서 보고 있다가 팝콘 다 쏟을까 봐 조마조마해서 음료수 컵을 들고 있었을 정도다. 가장 압권이었던 장면은 거대한 몬스터가 웅장하고 무섭게 등장하고 나서 딱 5초 뒤였는데, 미니언 한 마리가 슬금슬금 기어가더니 그 커다란 발가락을 깃털로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조카아이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극장이 떠나가라 크하학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도 다 같이 폭소를 터뜨려서 상영관 전체가 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소리와 미니언들의 엉뚱한 행동이 겹쳐지니까 웃지 않고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나 역시 처음에는 조카를 위해 맞춰주려고 들어온 마음이 컸는데 어느새 나까지 동심으로 돌아가 화면에 빠져들었다. 옆에서 조카가 하도 배를 잡고 웃어대는 바람에 나까지 웃음이 배가 되어 나중에는 볼근육이 다 얼얼할 정도였다.
드라큘라 망토 속 족발, 어른·아이 반응이 갈렸다
중반부에 나온 드라큘라 패러디 장면에서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반응 시차가 확 갈리는 게 정말 흥미롭고 웃겼다. 드라큘라가 아주 폼나고 거창하게 검은 망토를 펼치며 카리스마를 잡고 있었는데, 그 망토 밑을 슬쩍 열어보니 미니언들이 바글바글 들어차서 안에서 족발을 뜯어먹고 있는 게 드러났다. 족발 뼈를 야무지게 뜯으면서 기름진 손을 망토에 슥슥 닦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엄숙했던 악당의 카리스마가 산산조각이 났다. 어른들은 이게 무슨 황당한 조합인가 싶어서 1~2초 정도 상황 파악을 하다가 뒤늦게 허탈한 웃음을 빵 터뜨렸다. 반면에 아이들은 망토가 걷히고 족발이 보이는 그 즉시 꺄르륵거리며 자지러졌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이는 얼마나 심하게 웃었는지 손에 들고 있던 팝콘 통을 놓칠 뻔하면서 앞 좌석 의자에 거의 엎어지듯 꺄르륵 웃어댔다. 아이나 어른이나 웃는 타이밍만 조금 달랐을 뿐, 제작진의 미친 유머 감각에 전부 넘어가 버린 순간이었다. 어른들은 상식의 틀을 깨는 당황스러움에 웃고, 아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직관적인 엉뚱함에 자지러지는 연출이 참 영리하다고 느껴졌다. 그 족발 하나 때문에 단단해 보이던 위엄이 순식간에 코미디로 바뀌는 걸 보면서 상영관 내부의 어색했던 기류까지 싹 날아갔다.
미니언즈 & 몬스터즈 재관람 이유, 이스터에그와 스트레스
요즘 극장 영화 값이 많이 올라서 영화 한 편 볼 때마다 돈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는데, 이번 영화는 정말 들어간 돈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고 나왔다. 일상에서 쌓였던 답답함이나 복잡한 생각들이 미니언들의 지질하면서도 귀여운 사고뭉치짓을 보는 내내 싹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데, 주연 캐릭터들 뒤쪽 배경이나 구석진 공간에서 자기들끼리 딴짓하고 있는 미니언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첫 관람 때는 중앙에서 벌어지는 큰 사건들을 보느라 구석에 숨겨진 재미요소들을 많이 놓쳤다. 그래서 나는 조만간 VOD나 OTT로 나오면 두 번째 관람은 화면을 일시정지 해가며 배경 구석구석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하나씩 찾아볼 예정이다. 단순히 일회성 웃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화면 곳곳에 디테일하게 배치해 둔 장치들을 다시 복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 완성도가 높았다. 돈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게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었기에 만점짜리 영화였고, 조만간 집에서 맥주 한 캔 따놓고 구석진 이스터에그를 샅샅이 뒤져가며 다시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