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상사 얼굴에 서류 던지고 나가버릴까 수십 번 상상하며 볼펜 손가락 마디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쥠. 그날 퇴근 직전 회의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을 세워두고 온갖 억지 트집을 잡으며 모욕을 주는 상사 앞에서 나는 한마디도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쥔 볼펜만 부러져라 꽉 쥐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모니터와 서류를 엎어버리고 직장을 접고 싶었지만, 매달 들어오는 차가운 월급통장 숫자가 내 발목을 잡았고 그 무력함이 온몸을 짓눌렀다. 머릿속에서는 몇 번이고 서류 뭉치를 상사 얼굴에 던져버리고 가방을 싸서 문을 차고 나가는 상상을 반복했지만, 현실의 나는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영혼 없는 사과를 연신 내뱉으며 찌질하게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노바디2 보러 간 이유, 벽 칠 것 같아서
상사 얼굴에 서류 던지고 나가버릴까 수십 번 상상하며 볼펜 손가락 마디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쥠. 회의실에서 그렇게 지독한 모욕을 당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울화와 무력함이 20분 내내 온몸을 사정없이 갉아먹었다. 한 달 몇 푼 안 되는 월급 때문에 타인의 이기적인 화풀이를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하는 내 신세가 너무나도 찌질하고 야속하게 느껴졌다. 퇴근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가방을 싸서 회사 밖으로 나왔는데,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당장이라도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자취방 벽을 쾅쾅 쳐서 손이라도 깨뜨릴 것만 같은 위기감이 엄습했다. 가슴 속에서 사구체처럼 뭉친 분노를 어디로든 배출해 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버스 정류장 대신 무작정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팝콘이나 군것질거리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매점에서 그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콜라 한 잔만 주문해 들고 상영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직 내 안의 답답함을 무자비하게 깨부숴줄 액션과 해방감이 절실했던 순간이었다. 상영관 어둠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아 스크린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내 가슴은 분노로 인해 쿵쾅거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노바디2 액션, 콜라 컵이 손땀으로 흥건해진 이유
상영관 어둠 속에서 주인공이 드디어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키며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기 시작하자, 내 손도 얼어붙은 듯 굳어갔다. 낮 동안 회사에서 볼펜을 꽉 쥐었던 것처럼, 극장 안에서는 차가운 콜라 컵 손가락 마디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쥐고 속으로 '다 부숴라, 다 깨부숴라' 하고 주문처럼 계속해서 읊조렸다. 화면 속 주인공이 휘두르는 망치와 주먹 하나하나에 낮 동안 나를 짓눌렀던 차가운 시선과 상사의 상식 밖의 대사들이 박살 나는 것만 같은 지독한 대리 만족을 느꼈다. 막혀있던 혈관이 시원하게 뚫려 나가는 기분 속에서 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액션 카타르시스를 집요하게 씹어 삼켰다. 잔인하고 솔직한 액션이 터져 나올 때마다 낮 동안 내 목을 죄어오던 억울함이 조금씩 불꽃처럼 타올라 사라지는 듯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의 자막들이 어두운 화면 위로 천천히 올라갈 때쯤이야 비로소 힘을 주고 있던 손가락을 천천히 펼쳐보았다. 손을 펴보니 낮 동안 모아두었던 울화의 손땀과 콜라 컵 표면에 맺혀있던 찬 물방울이 지저분하게 섞여서 손바닥 전체가 흥건하게 적셔져 있었다. 손바닥을 바지에 쓱쓱 문질러 닦아내는데, 가슴 속을 채우고 있던 매캐하고 답답한 응어리들이 땀방울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극장 나오며 어깨가 쫙, 지독하게 깔끔한 해방감
상영관 출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를 밤새 괴롭힐 것 같던 상사의 재수 없는 얼굴과 환청 같던 억지 고함 소리가 거짓말처럼 머릿속에서 완전히 증발해 버렸다. 퇴근길 지하철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어깨가 축 늘어진 채 바닥만 내려다보는 보잘것없는 형태였는데,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서며 비친 유리창 속 나는 어느새 가슴을 들이밀고 어깨가 쫙 펴져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짓누르고 가혹하게 굴어도, 내 안에는 언제든 분노를 깨부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함이 살아있다는 것을 영화의 무자비한 액션을 통해 되찾은 느낌이었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술을 마시거나 폭식을 하며 나 자신을 학대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영화관을 나서며 불어오는 밤바람을 깊게 마셔보았는데, 낮 동안 나를 가두고 있던 무력함의 사슬이 사정없이 풀려나가는 듯했다. 지독하게 깔끔한 해방감.
지하철 창문엔 찌질했는데 극장 나오며 유리창엔 어깨가 쫙 펴져 있었습니다. 세상의 불합리함에 무릎 꿇지 않고 내 안의 자존감을 지켜낼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가슴에 꽉 채운 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건 오직 지독하게 깔끔한 해방감뿐이었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검은 령 오컬트 영화 후기, 불 꺼진 자취방에서 팩 두유를 떨어뜨렸다 (0) | 2026.08.10 |
|---|---|
| 연의 편지 후기, 극장에서 사래 걸리고 12년 전 친구 검색 못 한 밤 (0) | 2026.08.09 |
| 위키드 포 굿 후기, 조명 켜지자마자 카톡 목록 열었다 (0) | 2026.08.09 |
| 리틀 포레스트 리뷰, '이게 살아있는 사람이 밥 먹는 거지' (0) | 2026.08.08 |
| 독립군 영화 관람 후기, 일시정지 버튼을 못 누른 이유 (0) | 202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