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손 잡고 첫마디가 '치킨 먹고 싶었지?'였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는 길에 내가 가슴 먹먹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남편이 쓱 내 손을 잡으면서 던진 첫 문장이었다. 영화 그린북을 다 보고 나온 직후라 잔잔한 감동의 여운에 푹 젖어있었는데, 그 뜬금없는 치킨 질문 하나에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의 허탈하면서도 웃긴 감정이 그 밤 전체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그린북 심야 관람, 에어컨 피서로 시작됐다사실 이번 영화 관람은 대단한 계획이 있어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열대야 때문에 집안이 푹푹 삶아지듯 더워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면서 좀 쉬어보자는 피서 겸 즉흥적으로 집 근처 영화관으로 향했다. 평소에 그린북이라는 영화가 정말..
어릴 때는 치킨 사달라는데 백숙 끓여주는 할머니가 답답했다. 그런데 스물다섯에 다시 봤더니 달랐다. 어린 시절에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저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그 장면들이,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 다시 화면으로 마주했을 때는 전혀 다른 울림과 깊은 무게감으로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집으로... 첫 관람, 치킨 안 사주는 할머니가 답답했다어릴 때는 치킨 사달라는데 백숙 끓여주는 할머니가 답답했다. 세상을 모르는 아이의 눈에는 그저 내가 원하는 바삭한 프라이드치킨을 안 사주고 말도 안 통하는 백숙을 내놓는 시골 할머니의 고집과 상황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떠올리면서 내 블로그를 돌아보니 상황이 너무나도 똑같았다. 2~3개월 동안 30~40개 글을 쓰면서 도대체 나만의 독창적인..
팝콘 쥐고 있던 손을 멈추고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빼서 들이밀다가, 빵 터지는 순간에 의자에서 펄쩍 뛰다시피 하면서 깔깔거렸다. 조카아이를 데리고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눈앞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아이가 평소에 그렇게 리액션이 크거나 유난스러운 편이 아닌데도, 미니언즈와 몬스터들이 화면에 나오자마자 거의 정신을 못 차리고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나도 옆에서 그 모습을 보는데 너무 웃겨서 영화 절반은 조카 재롱 보는 맛으로, 절반은 화면 속 미니언들 사고 치는 맛으로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봤다.미니언즈 & 몬스터즈 웃음 횟수, 최소 7~8번영화 상영 시간 내내 소리 내서 빵 터진 게 최소 7~8번은 족히 넘었고,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피식거린 것까지 합치면 사실상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
"희망은 상황이 좋아져서 생기는 게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기로 선택할 때 생기는 거."영화 상영이 모두 끝나고 묵직한 여운이 가라앉지 않은 채,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모인 자리였습니다. 따뜻한 음료를 앞에 두고 잠시 적막이 흐르던 중, 함께 영화를 본 한 참석자가 조용히 읊조리듯 내뱉은 말이었는데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가슴을 깊게 흔들었습니다.원래 계획은 영화가 끝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영화가 준 메시지에 깊게 매료된 탓인지 자연스럽게 근처 카페로 이동하게 되었고, 결국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보통 극장을 나오고 나면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땠다', 'CG 연출이나 액션이 화려했다' 같은 겉도는 감상평을 몇..
만석 관객들이 숨죽이고 보다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데, 옆자리에서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파이더맨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는 순간 주변을 둘러보는데 다들 비슷한 표정으로 자리를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솔직히 극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다. 요즘 하도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들이 많았던 터라 이번에도 그냥저냥 팬서비스나 좀 하다가 끝나겠지 싶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을 넘어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듯한 얼얼함이 남았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가슴이 먹먹해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가 나왔다.1. 스파이더맨, 징징거릴 거란 오해가 가장 크게 틀렸다영화 보기 전에 내가 했던 가장 큰 오해는 주인공이 또 온갖 시련..
2026년 개봉한 공포 영화 는 한국 장르 영화의 전형적인 문법인 점프 스케어(Jump Scare)와 자극적인 고어 연출을 지양하는 대신, 특정 공간이 지닌 압도적인 대기감을 활용하여 관객을 심리적으로 고립시키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저수지라는 폐쇄적 공간이 주는 근원적인 공포에 현대적인 디지털 기기인 로드뷰 촬영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일상적인 풍경이 초자연적인 위협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본고에서는 영화 가 구축한 공간적 서사 구조와 더불어, 작중에 배치된 다양한 무속 신앙적 장치들이 현대 공포 장르 내에서 어떤 전문적인 가치를 지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저수지 공간과 심리적 공포의 서사 구조영화 의 오프닝은 관객의 시각적 자극을 즉각적으로 타격하기보다,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