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편지》 때 15초, 《오디세이》 IMAX에서 20초 넘게 숨 참음.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과 귀를 찢을 듯한 사운드가 상영관 전체를 뒤흔드는 순간, 나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스크린 속으로 끌려들어 들어갔다. 극장이 주는 거대한 중압감 때문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던 그 밤의 몰입감은, 살면서 마주했던 그 어떤 영화적 경험보다도 강렬하고 오싹하게 가슴을 후벼 팠다. 1. 오디세이 IMAX, 빨대 물고 20초 숨 참은 자리《연의 편지》 볼 때도 그 지독한 긴장감 때문에 15초 동안 숨을 참았었는데, 이번 《오디세이》 IMAX 상영관에서는 무려 20초 넘게 숨을 멈추고 얼어붙어 있어야 했다. 예매 전쟁에서 밀려 겨우 구한 자리가 맨 앞줄 그것도 가장자리 사이드 좌석이었던 터라, 스크..
상사 얼굴에 서류 던지고 나가버릴까 수십 번 상상하며 볼펜 손가락 마디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쥠. 그날 퇴근 직전 회의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을 세워두고 온갖 억지 트집을 잡으며 모욕을 주는 상사 앞에서 나는 한마디도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쥔 볼펜만 부러져라 꽉 쥐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모니터와 서류를 엎어버리고 직장을 접고 싶었지만, 매달 들어오는 차가운 월급통장 숫자가 내 발목을 잡았고 그 무력함이 온몸을 짓눌렀다. 머릿속에서는 몇 번이고 서류 뭉치를 상사 얼굴에 던져버리고 가방을 싸서 문을 차고 나가는 상상을 반복했지만, 현실의 나는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영혼 없는 사과를 연신 내뱉으며 찌질하게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노바디2 보러 간 이유..
팩 두유 손에서 툭 떨어짐, 발가락까지 오그라듦. 컴컴한 자취방 안에서 모니터 불빛에만 의존한 채 오컬트 영화 '검은 령'을 보다가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온 압도적인 기류에 온몸이 얼어붙어 버렸다. 야식 대신 빨대를 꽂아 손에 쥐고 있던 팩 두유가 툭 하고 장판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순식간에 공기가 차갑게 식어 내리며 양발 가락이 죄다 기괴하게 오그라들었다. 검은 령 첫 관람, 불 꺼진 자취방과 팩 두유평소에 웬만한 공포나 오컬트 장르 영화를 봐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는 편이라, 그날 밤에도 늦은 밤 방 안의 불을 다 꺼두고 불 꺼진 자취방에서 혼자 영화 '검은 령'을 찾아서 보았다. 분위기나 좀 잡고 출출함이나 달랠 겸 냉장고에서 꺼낸 팩 두유에 빨대를 꽂아 손에 쥐고 느긋..
하아-컥 사레들려 두 손으로 입 막고, 눈물 핑 돌고 손바닥 흥건히 젖었다.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를 보다가 주인공이 숨겨진 편지를 발견하고 그 안에 적힌 서툰 다정함을 확인하는 순간, 마른침을 잘못 넘기는 바람에 숨이 턱 막혀버렸다. 어두컴컴한 상영관 안에서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봐 두 손으로 입을 강하게 막아섰는데, 사래가 들려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눈물까지 핑 돌았지만 입을 틀어막은 손바닥에는 식은땀만 흥건히 고여 들어갔다. 그 찰나의 순간에 12년 전 교실 책상 밑으로 오가던 내 유치했던 흔적들이 머릿속에서 폭탄처럼 터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연의 편지 극장, 하아-컥 사레들린 순간극장 안에서 하아-컥 소리와 함께 사래가 걸려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꺽꺽거리는데, 눈물은 핑 돌고 손바닥은..
팝콘 손도 못 대고 숨을 줄여 쉬었다. 극장 안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손에 쥐고 있던 팝콘에는 손끝 하나 대지 못한 채 화면 속 두 인물의 관계와 울림에 몰입하느라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줄여 쉬고 있었다. 두 주연 캐릭터가 서로의 존재로 인해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음을 노래하는 감정선이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고, 영화가 끝나고 불이 환하게 켜지는 순간까지도 한참 동안 그 묵직한 감정의 여운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위키드 보고 카톡 목록 연 이유팝콘 손도 못 대고 숨을 줄여 쉬면서 영화를 봤던 그 뜨거운 감정선 때문이었을까,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상영관 조명이 환하게 켜지자마자 나는 망설임 없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카톡 목록부터 열었다. 내 삶에서도 저렇게 아무런 조건 ..
배추 전 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화면을 보다가, 들고 있던 전자레인지 기름 굳은 제육 도시락 뚜껑을 푹 덮어버렸다. 퇴근하고 돌아온 지친 밤, 6평 남짓한 어두컴컴한 자취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틀어놓은 채 편의점 도시락을 입으로 밀어 넣던 순간이었다. 혜원이가 노동 끝에 갓 부쳐낸 배추 전에서 포근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장면과, 내 손에 들린 차갑게 식어 가라앉은 기름진 편의점 제육볶음의 서글픈 비주얼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리틀 포레스트 첫 장면, 도시락 뚜껑을 덮었다화면 속 혜원이가 밭에서 배추를 쓱 베어내서 쓱싹 부쳐낸 배추 전의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과, 편의점에서 사 와서 전자레인지에 대충 돌렸지만 밑바닥에 빨간 기름이 하얗게 굳어가는 제육 도시락의 모습이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