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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아픈 사랑이야기 후기, 5년 전 거짓말 카톡이 소환됐다

lottohouse2026 2026. 8. 7. 11:13

목차


    그 카톡 다시 읽다가 얼굴이 확 화끈거렸다. 집에서 영화 '나의 아픈 사랑이야기'를 보다가 주인공이 난처한 상황을 피하려고 거짓 핑계를 대는 장면이 나왔는데, 왠지 모르게 남 일 같지 않은 찝찝한 기분이 들어 홀린 듯이 휴대폰 카톡 검색창을 열어 옛날 대화록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전 묻어두었던 특정 단어를 검색해 과거의 대화창을 열어젖힌 순간, 잊고 살았던 내 민망하고 이기적이었던 거짓말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영화 나의 아픈 사랑이야기 관련 포스터
    영화 나의 아픈 사랑이야기 관련 포스터

    1. 나의 아픈 사랑이야기 속 꾀병, 내 카톡함에도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서툴게 꾀병을 부리며 위기를 넘기려 하는 모습을 볼 때만 해도 피식 웃으며 관람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5년 전의 어떤 하루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톡 검색창에 옛날 선배 형의 이름을 치고 들어가 스크롤을 한참이나 위로 올렸다. 당시 귀찮은 모임에 나가기 싫어서 몸살이 심하게 걸려 도저히 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핑계 카톡을 보냈던 기록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말도 안 되는 지어낸 거짓말이었는데, 그 형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아이고, 요즘 독감 유행이라더니 고생이 많네. 약 챙겨 먹고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라' 하고 따뜻하고 진심 어린 답장을 보내왔었다. 그 카톡 다시 읽다가 얼굴이 확 화끈거렸다. 순수한 선의와 걱정을 가득 담아 보내준 형의 메시지 앞에서, 오직 내 편의와 게으름만을 위해 거짓말을 내뱉었던 과거 내 모습이 너무나 지질하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잊고 지냈던 내 이기심의 증거가 화면에 고스란히 남아 나를 직면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남의 꾀병에는 피식거리며 웃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이 훨씬 더 악질적인 거짓말쟁이였다는 사실을 깨닫자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고 볼이 화끈거려 차마 화면을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2. 5년 전엔 '와 살았다' 하고 족발 시켜 먹었다

    5년 전 그 당시에는 형에게서 '푹 쉬어라'라는 답장이 오자마자 속으로 '와 살았다, 귀찮았는데 나이스'를 외치며 쾌재를 불렀었다. 모임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빠져 곧바로 야식 앱을 켜고 혼자 쫄깃한 족발을 시켜 먹으며 신나게 밤새 게임을 즐겼던 기억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취업과 사회생활에 치이면서 그 형과의 연락도 자연스럽게 뜸해졌다. 이제는 일 년에 한두 번 겨우 안부나 물을까 말까 한 사이가 되어버렸는데, 5년 만에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며 대화창을 빠져나오는데 뒤늦은 죄책감과 씁쓸함이 묵직하게 밀려왔다. 타인의 순수한 걱정과 애정을 내 편의를 위해 가볍게 이용하고 버렸다는 사실이,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때 그 형은 아무것도 모른 채 집에서 약을 먹고 누워있을 나를 걱정했을 텐데, 나는 배달된 족발 상자를 펼쳐놓고 콜라를 마시며 웃고 있었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서글프고 부끄러운 잔상으로 남았다. 지나간 세월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진심을 이렇게 가볍게 여겨왔을지 돌아보게 되면서 가슴 한구석이 쓸쓸하게 텅 비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3. 이불킥 끝에 족발 대신 매운 떡볶이를 주문했다

    옛 카톡 창을 닫고 스마트폰을 던져둔 채 이불 속에 들어가 얼굴을 파묻었다. 이불속에서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5년 묵은 민망함과 자괴감을 강렬한 이불킥으로 팡팡 털어냈다. 영화 한 편 때문에 이렇게 옛날 일까지 소환되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5년 전의 지질했던 나 자신을 향한 부끄러움과 형에 대한 미안함이 섞여 밤이 깊어질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야식이 간절하게 고파오는 출출한 시간이었지만, 5년 전 그날처럼 신나게 족발을 뜯을 염치는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5년 전 환호하며 먹었던 족발 대신,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아주 매운 떡볶이를 주문했다. 땀을 뻘뻘 흘리고 눈물을 찔끔 흘려가며 매운 떡볶이를 씹어 삼키는 것으로, 5년 만의 뒤늦은 반성과 제벌 야식을 대신하기로 했던 것이다.

    족발 대신 매운 떡볶이 주문, 5년 만의 뒤늦은 제벌 야식이었다. 혀 끝이 얼얼하도록 매운 양념을 씹어 삼키며, 앞으로는 타인의 진심을 내 편의대로 이용하거나 거짓으로 회피하는 지질한 짓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영화 한 편이 끄집어낸 5년 전의 부끄러운 카톡 하나가, 나라는 사람의 얄팍함을 깨부수고 조금은 더 정직하고 솔직한 어른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