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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이게 살아있는 사람이 밥 먹는 거지'

lottohouse2026 2026. 8. 8. 06:02

목차


    배추 전 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화면을 보다가, 들고 있던 전자레인지 기름 굳은 제육 도시락 뚜껑을 푹 덮어버렸다. 퇴근하고 돌아온 지친 밤, 6평 남짓한 어두컴컴한 자취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틀어놓은 채 편의점 도시락을 입으로 밀어 넣던 순간이었다. 혜원이가 노동 끝에 갓 부쳐낸 배추 전에서 포근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장면과, 내 손에 들린 차갑게 식어 가라앉은 기름진 편의점 제육볶음의 서글픈 비주얼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관련 포스터
    영화 리틀 포레스트 관련 포스터

    리틀 포레스트 첫 장면, 도시락 뚜껑을 덮었다

    화면 속 혜원이가 밭에서 배추를 쓱 베어내서 쓱싹 부쳐낸 배추 전의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과, 편의점에서 사 와서 전자레인지에 대충 돌렸지만 밑바닥에 빨간 기름이 하얗게 굳어가는 제육 도시락의 모습이 너무나 참혹하게 비교됐다. 입안에 꾸역꾸역 씹어 넘기던 편의점 밥알이 순식간에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면서 목구멍이 턱 하고 막혀왔다. 더 이상 이 기름진 도시락을 입에 넣다가는 가슴이 꽉 얹힐 것 같아서 들고 있던 플라스틱 도시락 뚜껑을 툭 하고 덮어버렸다. 온종일 회사에서 사람들에 치이고 야근까지 하면서 죽어라 돈을 벌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왜 나는 이 늦은 밤에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더 배고프고 서글퍼져야 하는지 속에서 울컥하는 비감이 터져 나왔다. 배를 채우기 위해 사 온 4,500원짜리 도시락이 오히려 내 마음을 가장 허기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화면 속 인물이 정성스럽게 한 끼를 차려내고 스스로를 대접하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대충 씹어 넘기며 하루를 때우던 내 처량한 일상이 너무나 부끄럽고 서럽게 다가왔다. 차가운 제육 기름이 굳어가는 도시락을 밀쳐두고,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서글픈 허기짐 때문에 영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마른침만 꼴깍 삼켜야 했다.

     

    불 꺼진 6평, 신문지 위 배추 전

    결국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노트북을 잠시 덮어두고 집 앞 슈퍼로 달려 나가 작은 알배기 배추 한 포기와 부침가루를 사 들고 돌아왔다. 불 꺼진 6평 자취방 방바닥에 대충 신문지 몇 장을 펴놓고, 자취방 조그만 버너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 배춧잎을 찌부러뜨리며 기름을 둘렀다. 프라이팬 위에서 배추가 기름을 만나 '치이익-' 하고 경쾌하게 익어가는 소리가 영화 속 그 어떤 세련된 오케스트라 사운드보다 입체적으로 내 가슴을 쿵쿵 때렸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차가웠던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갓 구워져 나온 뜨끈한 배추 전을 젓가락도 없이 손으로 덥석 찢어 입에 넣었다. 손가락이 화끈거려 '아 뜨뜨, 아 뜨거워' 하면서도 입안으로 배추 전을 밀어 넣는데, 씹을수록 퍼지는 배추의 달짝지근함과 고소함 때문에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한 손으로는 흐르는 눈물을 쓱쓱 닦아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기름 묻은 손가락을 쪽쪽 빨아먹는 내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참 지질하고 우스웠다. 하지만 차갑게 식어있던 내 몸과 마음이 그 뜨거운 배추 전 한 조각에 온기를 되찾으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배추 전 한 장이 남긴 말

    뜨거운 배추 전을 씹어 삼키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사이다가 터지듯 묵직한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아, 그래. 이게 살아있는 사람이 밥 먹는 거지.' 사료를 먹듯 영혼 없이 때우던 음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 손으로 직접 재료를 만지고, 기름 냄새를 맡으며, 뜨거운 온기를 느끼며 먹는 배추 전 한 장이야말로 껍데기뿐이던 나를 다시 진짜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생명의 양식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불 꺼진 6평 방바닥에서 신문지 깔고 맨손으로 배추 전이나 뜯어먹는 보잘것없는 모양 새였을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그 어떤 화려한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도 부럽지 않았다. 내 손으로 나를 위해 정성껏 차려낸 그 소박한 음식이 지친 영혼을 달래주었던 것이다. 그 따뜻한 온기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가슴에 쌓여있던 야근의 피로와 서러움이 순식간에 눈 녹듯 녹아내렸다. 6평 방바닥 신문지 위에서 펼쳐진 그 뜨거운 배추 전 파티야말로, 세상의 소음과 지친 일상에서 나를 완벽하게 구원해 준 나만의 진짜 '리틀 포레스트'였다.

    6평 남짓한 불 꺼진 자취방 방바닥에서 맨손으로 배추 전을 찢어 먹던 그 밤이 저에게는 가장 완벽하고 절박했던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였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무리 피곤하고 지치는 야근길이어도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차가운 도시락으로 대충 때우지 않고, 나를 위해 따뜻한 온기가 있는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직접 차려 먹기로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