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바지 주머니 지갑이 묵직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극장 안에서 영화 가버나움을 보는 내내 오른쪽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두툼한 지갑의 존재감이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뜨겁게 내 피부를 짓눌러왔다. 화면 속 자인과 어린아이들이 하루 한 끼를 구하지 못해 절규하고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동안, 내가 바지 주머니 속에 품고 있던 몇 장의 현금과 신용카드가 마치 누군가의 몫을 빼앗아 쥐고 있는 부끄러운 장물처럼 느껴져 가슴이 서늘하게 죄어왔다. 배부르고 안락한 공간에 앉아 타인의 비극을 관람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죄책감이 되어 내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 파고 있었다. 가버나움, 1시간 넘게 지갑을 틀어쥔 손오른쪽 바지 주머니 지갑이 묵직하고 뜨겁게 느껴져서 결국 영화 중반부터는 손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지갑..
모자 눌러쓰고 빠르게 나와 찬 바람맞으며 40분 넘게 걸어왔다. 엔딩 크레디트가 어두운 스크린 위로 쓸쓸하게 올라갈 때부터 가슴속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울컥함과 먹먹함 때문에 차마 상영관 안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관객들의 시선을 피해 눌러쓴 모자챙을 더 깊숙이 눌러쓰고 극장 문을 차고 나왔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편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차가운 밤공기를 그대로 맞으며 컴컴한 밤길을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40분이 넘는 시간을 찬 바람 속에서 걸어오는 동안 나 가슴속을 채운 것은 영화의 여운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한 무거운 부끄러움이었다. 영화 동주, 모자 눌러쓰고 40분 걸어온 밤모자 눌러쓰고 빠르게 나와 찬 바람맞으며 40분 넘게 걸어왔다. 아스팔트 바닥 위로 길게 늘어진 나 보도블록..
영화 끝나고 20분 뒤 삼겹살 예약을 조용히 취소했다. 영화 관람이 끝나면 바로 맛집으로 달려가 기름진 고기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려고 기분 좋게 6만 원짜리 삼겹살집을 사전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 지독한 서사적 압박감 때문에 내 위장은 완벽하게 얼어붙어 버렸고, 극장 문을 나서자마자 손을 덜덜 떨며 예약 앱을 켜서 취소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사람과 고기 관람 후기, 팝콘 씹던 입이 멈췄다상영관에 들어갈 때만 해도 영화를 보며 먹으려고 산 라지 사이즈 팝콘을 손에 들고 신나게 집어 먹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 '사람과 고기'의 본편이 시작되고 화면 위로 기묘하고 서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자, 바삭하게 팝콘을 씹던 내 입이 그대로 멈춰 서 버렸다. ..
두 손이 폰 아니라 식어가는 피자 조각과 음료수 컵만 꽉 쥐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5분마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뒤집어보고 의미 없이 카톡이나 SNS를 쓸어 올리던 나였는데, 그날 밤 영화 '레드 노티스'를 틀어놓은 2시간 동안은 내 두 손의 위치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화면 속에서 정신없이 몰아치는 추격전과 화려한 액션에 시선을 빼앗겨, 들고 있던 피자 조각의 치즈가 하얗게 식어가는 것도 잊은 채 모니터에 영혼을 빼앗겨 있었던 것이다. 레드 노티스 정주행, 폰 대신 피자 컵 꽉 쥐고 있던 두 손두 손이 폰 아니라 식어가는 피자 조각과 음료수 컵만 꽉 쥐고 있었다. 평소 주말 저녁이면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틀어두고도 손에서는 스마트폰을 절대 놓지 못하는 산만한 습관이 있었다. 화면이 조금만 지루해..
바삭 소리 나는 것조차 정적을 깨뜨리는 죄짓는 느낌이었다. 큰 기대감으로 거대한 라지 사이즈 팝콘을 품에 껴안고 영화 '군체'를 보러 상영관 안으로 입장했는데, 스크린이 켜지고 분위기가 짓눌러오자마자 상영관 전체를 감도는 미친 압박감 때문에 감히 손을 뻗어 입에 무언가를 넣을 엄두조차 나지 못했다. 사방을 둘러싸는 불쾌하고도 서늘한 사운드와 화면 속 군체들의 기괴한 움직임이 나 신경 전체를 사정없이 후벼 팠기 때문이다. 군체 관람, 팝콘 바삭 소리도 못 낸 이유바삭 소리 나 것조차 정적을 깨뜨리는 죄짓는 느낌이었다. 원래 나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매점에서 산 7,500원짜리 라지 팝콘을 이미 절반 넘게 미리 비워버리는 고소한 맛 마니아 타입을 자랑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 '군체'는 상영관 어둠..
하츄핑 환호성에 팝콘 손이 공중에서 툭 멈춤. 주말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약간의 호기심과 요즘 하도 화제라길래 무작정 예매를 하고 혼자 영화관을 찾아간 길이었다. 상영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핑크빛 옷을 입은 아이들과 부모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스크린에서 하츄핑이 등장하며 아이들의 일제히 터져 나온 환호성 소리에 팝콘을 집어 입으로 넣으려던 내 손이 순간 공중에서 툭 하고 멈춰 서 버렸다. 사랑의 하츄핑 혼자 보기, 무채색 옷에 맨 뒷자리주말 아침 조조 상영관 안의 90% 이상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어린아이들과 보호자들이었다. 그사이에서 혼자 무채색 검은색 후드티에 마스크를 눌러쓰고 맨 뒷자리 구석에 숨듯 앉아있는 내 모습이 지독하게 어색하고 민망했다. 표를 끊을 때부터 창구 직원의 눈빛이 살짝 ..